벤허(Ben-Hur,2016)
복수는 복수를 불러일으킬 뿐.
책은 너무 길고 지루해서 포기했는데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복수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 ‘그을린 사랑’과 책 ‘롱 웨이 다운’이 떠올랐다. (‘그을린 사랑’은 정말 추천하고픈 띵작이다.) 복수는 보통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스라엘을 점령한 로마군은 유대인들을 픽밥한다. 유대인들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그들의 유산을 도굴하고 파괴하는 로마인에게 유대인들은 분노하고 반기를 든다. 그들 중 몇은 폭력으로 대항을 하는데, 그 폭력에 로마인들은 더 큰 폭력으로 대응을 한다. 그리고 그 싸움 안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겨난다.
평화를 외치며 중립을 지키던 유다 벤허의 가족도 이 싸움의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유다는 로마군에게 폭력으로 대항하다 다친 한 소년을 돌보아 주는데, 이 소년이 유다의 집에서 유다의 활로 행진 중인 로마 장군에게 활을 쏘아버린 것이다. 반역자로 몰린 유다와 유다의 가족들. 유다는 그가 가지고 있던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노를 젓는 갤러리선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냉정하게 그를 외면한 이복동생 메살라와 로마인들에게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갖는다.
갤러리 선의 노예로 수년간 노를 젓던 그는, 전투 중 난파된 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자유를 얻게 되는데, 전차경기를 통해 메살라와 로마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상인 일데르임이의 전차경기 선수가 된다. 드디어 전차 경기 날. 이를 악 물고 연습을 한 유다는 메살라를 경기에서 이겨버린다. 유대인 유다 벤허의 승리에 광분하는 유대인들. 그들은 경기장에 난입하여 마차에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은 메살라를 들어올리며 기뻐한다.
여기서 명장면이 나온다. 일데르임이 로마 장군에게 당신의 패배에 유감이라고 말하자, 로마 장군이 이렇게 대답한다.
“패배? 저들을 보시오. 저들은 피를 원하오. 저들도 이제 다 로마인이 된 거요.”
이 대사를 듣는데 소름 끼쳤다. 로마의 폭력을 끔찍하게 여기고 증오하던 유대인들이 피를 흘리는 메살라를 환호하며 헹가레하고 있다. 그들이 진저리를 치던 피와 자극을 사랑하는 로마인과 다를 바 없어진 것이다.
최근에 비무장 상태인 흑인을 미국 경찰이 과잉진압을 해서 목숨을 잃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당연히 분개하고 항의 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항의를 하는 시위에서 왜 폭력이 일어나고, 약탈이 행해지는 것일까? 왜 무고한 이들을 다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물론 먼저 폭력을 가하는 쪽이 백 번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복수’를 무고한 이들에게 분풀이하는 명분으로 삼는다면, 그 역시 처음 폭력을 가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유다가 메살라를 이긴 후, 영화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 로마인들이 다시 이를 갈며 유대인을 더욱더 핍박할 차례이다. 흑인 인권 시위대 때문에 내 가족이 다친다면? 내 가게가 불타버렸다면? 자, 이제 다시 흑인들에게 복수할 차례이다. 복수와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메살라도 칼을 꼭 쥔 채 유다에게 외친다. 복수 할거라고.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고. 이에 유다가 또 다시 분노로 맞섰다면 아마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사람들을 감싸고, 십자가에 못박히면서도 하나님께 그들을 용서해달라 기도하는 예수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유다는 메살라를 품에 안는다. 그를 사랑으로 안고, 서로를 용서하고 함께 하자고 말한다. 그렇게 복수와 피의 악의순환고리가 끊긴다.
나를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유다의 처지가 되었다면 로마와 메살라에게 이를 갈며 복수를 계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 ‘벤허’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Hate, anger, fear. Those are lies they use to turn you against each other. When you set aside the hate they force you to carry, that's when you know love is our true nature.
증오, 분노, 공포. 이 것들은 여러분을 서로를 대립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그들의 거짓말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심으려는 증오심을 한 켠에 치워 놓으십시오. 그러면 사랑이 우리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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